39. 7언시로 함께 나누는《훈민정음》해례본 / 김슬옹교수 <충청리뷰> 2024.11.07
유위자2026. 5. 2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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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弘益人間)이란? [참고자료14_22 훈민정음 탐구_김슬옹]* 39. 7언시로 함께 나누는《훈민정음》해례본 / 김슬옹교수 <충청리뷰> 2024.11.07
39. 7언시로 함께 나누는 《훈민정음》 해례본
[김슬옹의 훈민정음 해설] 입력 2024.11.07.
훈민정음 해례본에 마치 랩 가사와 같은 일곱 글자 노래(칠언시)가 실려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훈민정음》 해례본은 훈민정음 해설서이므로 딱딱한 내용으로 연상하기 마련이므로 그런 정황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훈민정음의 학문 배경까지 기술되어 있으니 그렇게 보면 학술서에 가깝고 딱딱하다.
그러나 글자 만든 배경과 방법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의 경우는
긴 설명을 일곱 자 시(노래)로 압축해 다시 실어놓았다.
이 부분을 보통 ‘결시(訣詩)’라고 하는데 쉬운 말로 하면‘갈무리 시’이다.
곧 일곱 자로 이루어진 7언시, 마치 랩 가사와 같은 시가 실려 있다면 곧이 믿기 어려울 것이다.
‘갈무리 시’는 자세히 풀어쓴 것을 요약하여 그 의미나 가치를 잘 드러내는 것이므로 예를 나열한 용자례에는 없다.
제자해 내용을 7언시로 압축하여 노래한 ‘갈무리 시(결시)’ <정음해례9ㄱㄴ>
이런 편찬 방식은 불교 경전에서 유래한 것으로 마치 부처님 말씀인 산문으로 된
‘경(經)’본문에 대하여 그 뒤에 운문으로 다시 요약ㆍ반복하고 있는‘중송(重頌)’과 비슷하다.
‘중송’은 “산문으로 된 경문(經文) 다음에 다시 그 뜻을 간결하게 묶어서
운문으로 보인 게송(偈頌)_표준국어대사전”으로 일종의 요약 노래 또는 요약 시다.
7언시는 두 행이 한 쌍으로 제자해의 첫 부분을 번역문과 함께 내보이면 다음과 같다.
<제자해> 갈무리 시
天地之化本一氣
陰陽五行相始終 [정음해례9ㄱ:7-8_제자해_갈무리시]
物於兩間有形聲
元本無二理數通 [정음해례9ㄴ:1-2_제자해_갈무리시]
正音制字尙其象
因聲之厲每加畫 [정음해례9ㄴ:3-4_제자해_갈무리시]
하늘과 땅의 조화는 본디 하나의 기운이니
음양과 오행이 서로 처음이 되며 끝이 되네.
만물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꼴과 소리 있으나
근본은 둘이 아니니 이치와 수로 통하네.
정음 글자 만들 때 주로 그 꼴을 본뜨니
소리 세기에 따라 획을 더하였네.
이와 같은 형식으로 일반 요약 방식에 따라
본문 내용을 일부는 삭제하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고 재구성하기도 하면서 술술 읽히는 7언시로 정리해 놓았다.
물론 본문에 없는 표현도 들어가 있는 것도 있다.
갈무리시가 끝나는 합자해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런 감동을 담았다.
方言俚語萬不同
有聲無字書難通
一朝/制作侔神工
大東千古開矇矓
방언과 토박이말 다 다르니
말소리 있고 글자는 없어 글로 통하기 어렵더니
하루아침에 신과 같은 솜씨로 정음을 지어내시니
우리 겨레 오랜 역사의 어둠을 비로소 밝혀 주셨네.
이 갈무리 시는 <합자해> 갈무리 시의 마지막이지만 전체 갈무리 시의 마지막이기도 하다.
<합자해>는 제자 원리를 바탕으로 초성자, 중성자, 종성자를 합쳐
실제 글자도 구현하는 그야말로 문자 탄생의 대미를 보여 주는 부분이다.
아마도 세종의 뜻에 따라 풀이를 마친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선로 등은 벅찬 감정에 휩싸였을 것이다.
중국말의 방언 격인 우리말이 중국말과 다른 데다가 우리나라 말소리를 적을 수 있는 글자가 없어
오랫동안 진정한 지혜의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살았는데,
이제 그 말을 제대로 적을 수 있는 글자가 생겨
누구나 지혜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벅찬 느낌으로 새 문자의 놀라운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
해례본의 ‘갈무리 시’는 그 자체가 독립된 텍스트이기도 하고
해례본의 가치를 더욱 잘 드러내고 전승해 주는 시 장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갈무리 시는 훈민정음 보급의 주요 전략과 가치를 잘 드러내 준다.
세종은 훈민정음 창제 못지않게 보급하기 위한 치밀한 노력을 기울였다.
해례본은 그 대표적인 산물이며 갈무리 시 또한 사대부를 설득하기 위한 주요 전략인 셈이다.
하층민의 문자 소통 문제가 훈민정음 창제의 핵심 동기였지만
실제 보급 과정에서는 양반은 교화 대상이기도 하지만 하층민 교화의 핵심 주체이기 때문이다.
갈무리 시는 매우 치밀한 지적 담론의 결정체이다.
다섯 가지의 ‘해(解)-해설’을 단순히 줄여 놓은 것이 아니라
‘5해(五解)’의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잘 드러내고 그 내용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지적 소통과 읽기와 쓰기를 통한 표현의 핵심 과정과 결과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갈무리 시 자체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교육적 가치가 있다.
갈무리 시 일부를 한 번 노래하듯 읽어보자.
<1> 제자해 갈무리 시
하늘과 땅의 조화는 본디 하나의 기운이니
음양과 오행이 서로 처음이 되며 끝이 되네.
만물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꼴과 소리 있으나
근본은 둘이 아니니 이치와 수로 통하네.
정음 글자 만들 때 주로 그 꼴을 본뜨니
소리 세기에 따라 획을 더하였네.
소리는 어금니·혀·입술·이·목구멍에서 나니
여기에서 첫소리글자 열일곱이 나왔네. _뒤줄임
<2> 합자해 갈무리 시
소리에 따라 왼쪽의 점으로 사성을 나누니
하나면 거성, 둘은 상성, 없으면 평성이네.
토박이말 입성은 정함이 없으나 평·상·거성처럼 점 찍고
한자말의 입성은 거성과 비슷하네.
방언과 토박이말 다 다르니
말소리 있고 글자는 없어 글로 통하기 어렵더니
하루아침에 신과 같은 솜씨로 정음을 지어 내시니
우리 겨레 오랜 역사의 어둠을 비로소 밝혀 주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