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주 능엄경언해 발(楞嚴經諺解 跋) <세종한글고전>능엄경언해 발(Ⓒ 역자 | 김영배 / 1998년 10월 28일)
御製 跋*주001)
어제주059) 발
옛날 정통 무오년주060) 에 선대왕 세종께서 능엄경을 보시고,
기사년주061) 에 번역하여 널리펴고자 하시어 나에게 명하시어 연구하라 하시거늘,
중간에 부·둔<주062) 이 이음으로 인해서
【‘부’와‘둔’은 다 주역주063) 의 괘주064) 이름이니,‘부’는 통하지 못하는 것이고,‘둔’은 어려운 것이다.】
총총한들 언제〈선대왕의 명을〉잊〈을 수 있〉겠는가? 【‘총총’은 몹시 바쁜 것이다.】
큰 운이 처음 열림에 미쳐서
【‘운’은 역수주065) 이니, 제왕 서로 이으시는 차례인 해와 때와 기운의 선후 같은 것이다.】
불법 닦음에 겨를이 없어 부촉주066) 에 맞지 못함을 돌아보되,
또 힘이 적어〈일을〉〈받〉듦이 어렵더니, 희유주067) 하신 부처님께서 유연한 유를 다 거두시므로,
사리 1백을 나타내시어
【신사년주068) 5월 열사흗 날 효령대군주069) 이 회암사주070) 에서 불사를 하다가
석가의 분신사리 25매를 진상하거늘 상감이 중궁전주071) 과〈함께〉 놀라 기뻐하시어 우시고
정례하실 제 또 8매 분신하시고, 중궁전이 함원전에 모셔 두시거늘,
또 5매 분신하시고 효령대군이 또 절에 돌아가 11매를 더 얻어 진상하고
열이렛 날 효령대군이 절에 계시던 분신 사리 30매를 진상하거늘, 중궁전이 안에 계시어 펴 보시니,
또 6매 분신하시고 이튿날 상감이 중궁전과 친히 공양하시거늘 또 17매 분신하시니, 모두 102매이시니,
1백이라 이르신 것은 큰 수로 말하신 것이다.】
신령하신 광명이 세상에 비치시니,
기특하신 상서와 다르신 감응이 항사겁에는 없으시구나!
나의 동행 혜각존자주072) 등이 【입선 학조주073) 가 따라왔다.】
기별을 들으시고 와서 경하하시거늘, 공경하여 맞이하여 관저의 새 전각에 대접하여
아침 저녁에 서로 도우며 한훤하더니 【‘한훤’은 안부하는 것이다.】
아저씨 효령대군이 나에게 능엄경과 영가집주074) 을 번역하기 바란다고 청하시니, 정히 내 뜻에 맞거늘,
선사께서 또 따라 기뻐하시므로 여기에 한계희주075) 등에게 명하여 상고주076) 를 돕게 하고,
내가 또 겨를을 얻어 힘을 더하되, 다 선사께서 바르게 하여 두어 달에 〈번역이〉 이루어지거늘
【상께서 토를 다시고 혜각존자께 〈보여〉 확인하시거늘, 정빈한씨 등이 창준주077) 하거늘,
공조 참판 신 한계희, 전 상주 목사주078) 신 김수온주079) 은 번역하고,
의정부 검상주080) 신 박건, 호군주081) 신 윤필상, 세자 문학주082) 신 노사신주083),
이조 좌랑주084) 신 정효상주085) 은 상고하고, 영순군 신 부주086) 는 예를 일정하고,
사섬시 윤주087) 신 조변안, 감찰 신 조지는 국운(동국정운 한자음)을 쓰고,
혜각존자 신미, 입선 사지, 학열, 학조는 번역을 바르게 고친 후에 어람하시어 일정하시거늘,
전언 조씨 두 대는 어전에서 번역을 읽은 것이다.】
산림과 속인들에게 인쇄하여 주라고 명하니
【교서관 제조 하성위 신 정현조에게 명하시어 주자로 4백 벌을 박으라(=인쇄하라) 하시고,
특별히 종실에는 은천군 신 찬과 옥산군주088) 신 제에게 명하시어
교서관에 사관주089) 하여 〈일을〉 보고 인쇄하게 하라고 하셨다.】
이것은 오로지 선사의 넓은 자비스런 마음이시며,
남을 이롭게 하시는 덕이시니, 또 어떤 말로 다 사뢰리오?
원하는 것은, 내가 이 인연으로〈하여〉나의 현재한 권속과 항사겁에 여의지 아니고
선사께서‘도’이루신 날에 먼저 도탈주090) 을 입고자 한다.
《천순 신사주091) (5년, 세조 7년) 9월 일 불제자 승천체도열 문영무 조선국왕 성휘 발》
Ⓒ 역자 | 김영배 / 1998년 10월 28일
주석
주001):※ 이 발문은 활자본 「능엄경언해」 권10 끝에 있는 것을 옮긴 것임.
주002) 황고:선대왕.
주003) 야시:하시거늘.
주004) 니:이음을.
주005) -와 -과ᄂᆞᆫ:-와 -와는.
주006) 몯ᄒᆞᆯ씨오:몯하는 것이고.
주007) 어려울씨라:어려운 것이다.
주008) 니ᄍᆞ오료:잊으리오?
주009) 뵈왓ᄇᆞᆯ씨라:몹시 바쁜 것이다.
주010) 써르:서르.
주011) 니시ᄂᆞᆫ:이으시는.
주012) 닷고매:닦음에.
주013) 맞ᄌᆞᆸ디:맞지. ‘ᄌᆞᆸ’은 선왕의 ‘부촉’을 높임.
주014) 각황:부처님.
주015) 거두실:거두시므로.
주016) 나토샤:나타내시어.
주017) 열사:열사흘의.
주018) -ᄒᆞ와ᄂᆞᆯ:-하거늘. 부림말 ‘분신사리 15매’를 높임.
주019) 깃그샤:기뻐하시어. -[喜].
주020) 뫼와:모시어.
주021) 두거시ᄂᆞᆯ:두시거늘.
주022) 뎌레:절에.
주023) 열닐왯:열이레의.
주024) 보오시니:보시니.
주025) 이틄날:이튿날.
주026) 모다:모두.
주027) 니ᄅᆞ샤ᄆᆞᆫ:이르심은.
주028) 니ᄅᆞ샤미라:이르심이다.
주029) 비취시니:비치시니. 비추시니.
주030) 업스샷다:없으시구나!
주031) 맞ᄌᆞ와:맞이하여.
주032) 나조:저녁에.
주033) 도ᄋᆞ며:도우며.
주034) 아ᄌᆞ바님:아저씨.
주035) 내손:나에게. 나+손.
주036) -고라:-ᄒᆞ고라:-하기를 바란다.
주037) 데:뜻에.
주038) 깃그실:기뻐하시므로.
주039) 겨르ᄅᆞᆯ:거를을.
주040) 더오:더하되.
주041) -와:하게 하여.
주042) 일어ᄂᆞᆯ:이루어지거늘.
주043) 입겨ᄎᆞᆯ:토를.
주044) 마와시ᄂᆞᆯ:확인하시거늘. 마오-.
주045) ᄒᆞ야ᄂᆞᆯ:하거늘.
주046) 온:-하게, 한.
주047) 닑ᄉᆞ오니라:읽은 것이다.
주048) -ᄒᆞ노니:-하니.
주049) ᄇᆞᄅᆞᆯ:벌을.
주050) 바ᄀᆞ라:박으라.
주051) 바키라:박게 하라.
주052) 젼혀:오로지.
주053) 너븐:넓은.
주054) ᄂᆞᄆᆞᆯ:남을.
주055) ᄒᆞ시논:하시는.
주056) ᄉᆞᆯ오료:아뢰리오. 아뢰겠는가?
주057) 여희디:여의지.
주058) 닙고져:입고자.
주059) 어제:임금이 지은 글.
주060) 정통 무오:정통 3년. 세종20년, 1438 A.D.
주061) 기사세:기사년. 세종31년, 1449 A.D.
주062) 부·둔:각각 64괘의 하나.
주063) 주역:유교의 경전.
주064) 괘:천지간의 변화를 나타내고 길흉을 판단하는 주역의 기본.
주065) 역수:일월과 추위·더위가 철따라 돌아가는 순서.
주066) 부촉:부탁하여 맡김.
주067) 희유:매우 드묾.
주068) 신사:세조7년, 1461A.D.
주069) 효령대군:태종의 둘째 왕자.
주070) 회암사:양주군 천보산에 있는 절.
주071) 중궁:중궁전. 왕후의 높임.
주072) 혜각존자:신미. 세조 때 스님. 도행이 훌륭하여 세조가 스승으로 대우.
주073) 학조:학열. 세조 때 스님. 혜각존자와 함께 간경도감의 여러 불경언해 간행에 참여함.
주074) 영가집:당(唐)의 원각(圓覺)이 지은 선종영가집.
주075) 한계희:세조 때 사람.
주076) 상고:서로 비교하여 고찰함.
주077) 창준:소리 내어 읽으면서 교정(校正)함.
주078) 목사:정3품 벼슬.
주079) 김수온:세조 때 학자. 신미의 동생.
주080) 검상:정5품 벼슬.
주081) 호군:무관 정4품 벼슬.
주082) 세자 문학:정5품 벼슬.
주083) 노사신:세조 때 호조 판서, 연산군 때 영의정을 지냄.
주084) 이조 좌랑:정6품 벼슬.
주085) 정효상:성종 때 지중추부사까지 지냄.
주086) 영순군 부:세종의 제5왕자 광평대군의 아들.
주087) 사섬시 윤:지폐를 만들고 노비의 공포(貢布)를 맡아보던 관청의 우두머리.
주088) 은천군·옥산군:종친들임.
주089) 사관:벼슬살이를 함.
주090) 도탈:생사의 바다를 건너, 미계(迷界)를 벗어나 깨달음의 세계로 가는 것.
주091) 천순 신사:천순 5년, 세조 7년. 1461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