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弘益人間)이란? [참고자료13_5 : 문자의 기원]* '세상을 바꾼 문자'…문명교류의 1등공신 알파벳 <동아일보> 2003.09.27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존 맨 지음 남경태 옮김/386쪽 1만5000원 예지
[기원전 236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점토판에 전형적인 수메르 설형문자가 기록돼 있다.]
“알파벳은 단 한 차례 생겨나서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문화권으로 확산된 발명품이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여기서 ‘알파벳’이란 로마문자와 그리스문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알파벳’은 슬라브어권에서 통용되는 키릴문자, 아랍문자 등
모든 종류의 음소문자(音素文字·각각의 기호가 발음을 지시하는 문자)를 일컫는다.
요컨대 음소문자를 사용하는 모든 문화권은 기존의 음소문자를 변형했거나 기존의 것에 덧붙여
새 문자를 만들었거나 심지어 기존의 음소문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하에서 이 책은 알파벳의 성립 과정을 따라가며 그 길 위에 있었던 문화들을 차례로 조명한다.
새롭게 알려진 바는 아니지만 알파벳의 기원은 메소포타미아의 쐐기문자와 그리스의 상형문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음소문자로서의 알파벳의 개념들이 등장했다.
의미가 다르지만 발음이 같은, 적은 수의 기호들로 기존의 수많은 기호들을 대치하게 된 것.
오늘날 알파벳의 원형은 이집트문자에서 영감을 얻은 시나이반도 부근의 유목민에 의해 창조됐다.
이 지역에서 1990년 발견된 비문에 A B R N 등의 원형이 드러나 있었다.
이 문자는 페니키아인에 의해 그리스로 넘어갔고 이탈리아의 선주민인 에트루리아인들이 오늘날의 로마자로 만들었다.
로마인은 문자를 가장 미적으로 세련되게 만들었다.
세리프(글자 끝의 장식) 등을 창안한 로마인의 서체는 오늘날에도 거의 변함없이 사용된다.
그리스어의 영향을 받은 키릴문자가 9세기경 세력을 뻗치며 로마자의 확산은 멈췄다.
중세에는 V에서 W와 U가, I에서 J가 파생됐다.
유럽 외의 알파벳(음소문자)은?
이집트문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아람(Aram)문자는 이란을 거쳐 몽골과 만주에까지 전파됐다.
계통이 불분명한 음소문자들도 저자는 인접 문명권의 음소문자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결과로 본다.
그렇다면 한글의 경우는?
저자가 11개의 장(章) 중 한 장을 온통 한글의 설명에 할애한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나아가 한글을 ‘알파벳의 꿈’, 즉 가장 이상적인 음소문자의 지위에 올려놓는다.
‘고도로 세련된 사회의 뛰어난 산물인 한글은 어느 알파벳보다도 완벽으로 향하는 길에 오른 알파벳이고
단순하고 효율적이고 세련되었으며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으로
알파벳이 어느 정도까지 발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증이 정밀하지는 않지만 외국인의 글에서 이런 찬사를 듣는 일은 분명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흥미로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글의 흐름은 종종 줄기를 벗어나
한참 엉뚱한 곳으로 치달아 마치 자유로운 강연을 현장에서 기록한 듯한 느낌을 준다.
고대문자의 해독을 이야기하다 갑자기 우주선 ‘파이어니어’ 10호에 실어 외계로 보낸 메시지를 언급하는 식이다.
발랄한 서술이기는 하지만 집중하지 않다가는 논지(論旨)를 놓치기 쉽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독자 리뷰도 주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원제 ‘Alpha Beta’(200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 존 맨 지음, 남경태 옮김, 예지 중앙일보(2003/09/27)
[이집트 룩소르 부근의 신전 유적. 기둥에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다.]
신간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 할 알파벳의 기원과 역사를 살펴보는 책이다.
딱딱하게 흐를 수 있을 언어학 지식을 재료로 했지만
그 바탕에 깔린 저자의 상상력이 큰 힘을 발휘하면서 문자의 재미에 빠져들게 한다. 상상력이 좀 많이
들어갔음을 의식했음인지 저자 스스로 `팩션(faction: 현대 출판용어, fact와 fiction의 합성어)`이라고 규정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상상력을 버무려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소수의 문자 기호로 수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체계`는 모두 알파벳으로 본다.
고문자학의 최신 성과를 반영한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표의문자인 상형문자나 한자도 알파벳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글도 예외가 아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은 한글"이란 극찬까지 한다.
몽골의 언어와 역사에 특히 관심이 많다는 저자는
모두 11개 장 가운데 한 장을 아예 한글에 할애하는 정성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저자의 알파벳 개념을 따라가다 보면 문자 자체의 발생으로까지 연결되면서,
저자가 펼쳐놓은 추론의 그물에 좀 말려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예컨대 알파벳을 세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는 저자는
알파벳이 처음 발상한 하나의 고향이 있으리란 상상을 한다.
상상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각종 사실을 나열하면서
궁극적으로 그 고향이 이집트와 중동 지역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론으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한글의 먼 기원도 중동에서부터 중앙아시아를 통해 전해진 알파벳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인가?
실제로 저자는 세종대왕이 한글의 모델을 몽골 문자에서 착안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몽골 문자의 연원을 고대 히브리 문자로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결국 한글이 이스라엘의 모세가 썼던 문자와 연결된다는 얘기가 되는 셈인데,
이것이 고대 문명 교류의 실상인지, 아니면 저자의 황당한 상상력일 뿐인지
관련 전문가들의 보다 깊이있는 논의가 필요한 대목으로 보인다.
영어를 중심으로 한 좁은 의미의 알파벳의 기원에 대한 역사 교과서의 공식 기록은,
고대에 지중해 무역을 주름잡던 페니키아 상인들이 장부 기재용으로 발전시킨 문자가
유럽에 전해지면서 알파벳 시대가 열렸다고 되어있다.
페니키아 상인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그 이전의 연원을 추론하는 상상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