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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弘益人間)이란? [참고자료14_22 훈민정음 탐구_김슬옹]* 37. 훈민정음은 인공 문자이자 자연 문자 / 김슬옹교수 <충청리뷰> 2024.10.25
37. 훈민정음은 인공 문자이자 자연 문자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김슬옹의 훈민정음 해설] 입력 2024.10.25
훈민정음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
≪훈민정음≫ 해례본(1446)에서 훈민정음은 세종이 특별한 의도와 목적으로 만든
인공 문자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자연의 이치대로 만든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 문자임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맥락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훈민정음과 이를 해설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제대로 아는 지름길이다.
인류 대부분의 문자는 오랜 세월 형성된 문자이다 보니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특징지을 수가 없다.
그러나 훈민정음은 인공 문자이기에 만든 주체와 시기, 목적 등을 아예 책으로 남겨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상세한 설명서가 있는 일종의 발명품인 셈이다.
만일 인류가 발명품 경진 대회를 한다면 단연코 으뜸이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손전화도 끊임없이 개량되거나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훈민정음은 그 당시로도 그렇고 앞으로도 훈민정음을 뛰어넘는 새로운 문자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천지자연의 소리 문자 뜻을 살린 상형도.
훈민정음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런 가정을 들려준다.
지금 시점에서 인류 대천재 100명을 모아 100년을 연구한다 해도
훈민정음을 뛰어넘는 문자는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가장 간결한 점과 직선, 원만으로 만들고 그것을 규칙적으로 결합하다 보니
더 이상 간결하고 과학적인 문자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발명품을 만든 세종은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스스로 단독 창제한 것임을 직접 밝혔고 8명의 공저자도 정인지의 입을 빌어 그렇게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세종이 직접 저술한 이른바‘세종 서문’에서
“내가 이것을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다”라고 하여 세종이 직접 만들었다고 밝혔다.
8명의 공저자 대표인 정인지는 책 뒤‘마무리글’에서
“계해년 겨울(1443년 12월)에 우리 임금께서 정음 스물여덟 자를 창제하여,
간략하게 설명한‘예의’를 들어 보여 주시며 그 이름을‘훈민정음’이라 하셨다”라고
1443년 세종 단독 창제 사실을 밝혔다.
또한“세종 임금께서 훈민정음에 대한 상세한 풀이를 더하여
모든 사람을 깨우치도록 명하시었다”라고 하여 세종의 지시로 해례본 저술에 참여했음도 명확히 했다.
그런데 제자해에서는“이제 정음이 만들어지게 된 것도
애초부터 지혜를 굴리고 힘들여 찾은 것이 아니고, 단지 말소리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었을 뿐이다”라고 했다.
훈민정음이 세종이 발명한 인공 문자라면 지혜를 굴리고 힘들여 찾은 것이 분명한데,
마치 그런 사실을 부정한 것처럼 기술한 것은
자연의 이치대로 만든 문자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지 세종 창제 사실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정인지 마무리글에서는 “정음 창제는 앞선 사람이 이룩한 것에 따른 것이 아니요,
자연의 이치를 따른 것이다”라고 하여 제자해의 논지를 다시 강조하고 있다.
천지자연의 소리 문자
자연의 이치에 따랐다는 말뜻은‘정인지서문’첫머리에 나온다.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다.”라고 하여
훈민정음이 가장 이상적인 소리(음소) 문자임을 천명한 것이다.
천지자연의 말소리 이치를 정확히 꿰뚫고
그것을 보이는 문자로 만들 수 있는 것은 하늘이 내린 성인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정인지는 “공손히 생각하옵건대 우리 전하는 하늘이 내리신 성인으로서
지으신 법도와 베푸신 업적이 모든 임금들을 뛰어넘으셨다.”라고 하였다.
모든 임금을 뛰어넘었다는 것은 중국 황제나 하늘이 내린 성인에게만 가능한 표현이다.
자연의 이치대로 만들었다는 것의 1차적 뜻은 음성과학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고
또한 삼태극 음양오행의 이치를 모두 담았다는 것이다.
위에 제시된 상형도는‘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다’라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대명제, 세종의 선언을 필자 나름대로 그림으로 그려본 것이다.
천지자연의 소리는 사람의 말소리를 비롯하여 개 짖는 소리, 바람 소리 등 자연의 모든 소리를 뜻한다.
물론 그 모든 소리는 사람의 귀를 통해 사람의 소리로 바뀔 것이다.
사람의 말소리는 다른 자연의 소리와 달리 자음과 모음으로 쪼갤 수 있는 분절성이 있다.
바람 소리, 개 짖는 소리 그 자체는 분절되지 않는다.
우리가 개 짖는 소리를‘멍멍’이라고 한 것은 사람의 귀에 들린, 사람의 말소리를 거친 소리이다.
그러다 보니 개 짖는 소리가 언어마다 문화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개 짖는 소리 그 자체에 가장 근접한 소리를 적을 수 있는 것이 훈민정음이다.
사람의 말소리가 나오는 목구멍을 동그라미로, 그 말소리가 가능한 일종의 숨의 기운을 우주로 볼 수 있다.
우주의 중심인 하늘을 본뜬 글자를 아래아(·)로 삼았다.
아래아도 목구멍을 통해 나오는데 깊숙한 소리로 나온다.
세종은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아래아 글자를 만들었다. 말소리에 담긴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재현한
문자를 만들기 위해 정밀한 음성과학 시도를 한 뒤 보편적 철학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우리가 훈민정음을 인공문자이자 자연문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그런 맥락적 가치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세종의 애민정치와 그에 걸맞은 문자의 발명을 자연의 문자로 만든 덕에
우리는 가장 이상적인 소리 문자, 과학 문자를 갖게 됐고 더불어 평등, 민주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