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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弘益人間)이란? [참고자료14_22 훈민정음 탐구_김슬옹]* 33. ≪훈민정음≫ 해례본 '용자례'에 담긴 세종의 꿈 / 김슬옹교수 <충청리뷰> 2024.09.26
33. ≪훈민정음≫ 해례본 '용자례'에 담긴 세종의 꿈
94개 낱말로 만든 '글자 사용 보기'...쉬운 한글 교육서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김슬옹의 훈민정음 해설] 입력 2024.09.26
그대들이 <콩>을 적을 줄 아시오.
훈민정음 창제 사실을 알린 지 얼마 되지 않은 1444년 2월.
세종이 아끼던 청백리 신하,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대감까지 나서 반대하자 세종은 충격을 받았다.
격한 논쟁을 벌인 끝에 감옥에 가두기까지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루 만에 석방한 세종은 대학자답게 학문적으로 설득하면서
가장 쉬운 설명서로 훈민정음을 임금의 문자가 아니라 백성들의 문자로 만들려는 결심을 세웠을 것이다.
‘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
이렇게 글자를 만든 원리부터 글자 순서를 차례대로 설명하고 나서 이제 실제 쓸 수 있게 하는
용자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로 숱한 고민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고민에 답은 단순하고 간결했다.
해례본은 위대한 학문서요, 철학서이지만,
어찌 보면 어린아이들에게 얼른 한글을 떼 주고 싶은 젊은 엄마ㆍ아빠표 한글 교육서 같다.
글자의 사용 보기를 든 용자례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만일 합자해까지 설명을 듣고도 반대하는 신하들이 있다면
“그대들이 <콩>을 적을 줄 아시오”라고 물었을 것이다.
‘豆(콩 두)’라고 적었다면 “그건 콩이라는 뜻은 있지만, 콩이라는 소리를 그대로 적은 것은 아니지 않소?”
“콩은 좋아하시면서 콩을 적을 줄 모른단 말이오.”라고 크게 되물었을 것이다.
그래서 용자례를 보면, 다음과 같이 94개의 낱말로
초성자, 중성자, 종성자의 쓰임새를 일상 낱말로 차분하게 예를 들어 보이고 있다.
초성자 17자 가운데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은 여린히읗(ㆆ)을 빼고
대신 초성 기본자 17자에는 안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쓰인 순경음 비읍(ㅸ)을 넣은 17자를
각각 두 낱말씩 보기를 들어 34자, 모음 기본자 11자에 대해서는 각각 네 낱말 보기를 들어 44개 낱말,
종성자는 그 당시 실제 종성에서 발음이 나는 8자에 대해 각각 두 낱말 보기를 16개 낱말 보기를 들어
모두 94개 낱말 예를 들었다. 마지막 종성자가 ㄹ이다 보니, 그 보기는‘달, 별’이 되었다.
이상의 94개 낱말을 주제별로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용자례 낱말 주제별 분류 *( ) 현대 대응어, [ ] 풀이, 영역 포함(빈도순).
동물(23)과 생활 도구(21)와 식물(20)이 거의 같은 수로 가장 많다.
모두 무려 64개로 94개 가운데 68%나 된다. 음절 수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음절어가 52개로 55.3%이고 2음절어는 42개로 44.7%이다.
3음절어는 아예 없다. 되도록 짧은 낱말로 부담 없이 새 문자를 익히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용자례 94개로 좁혀 보면 현대말과 똑같은 꼴이 33개로 26.6%, 거의 같은 꼴이 45개로 36.3%,
비슷한 꼴이 25개로 20.2%, 아주 다른 꼴이거나 지금 안 쓰는 말이 21개로 16.9%이다.
용자례로 좁혀 보면, 83.1%가 같거나 비슷하다.
이는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기본 어휘가 훈민정음으로
그대로 적히고 지금까지 그런 말들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훈민정음≫(1446) 해례본 용자례에 나오는 낱말과 현대말 비교.
모든 낱말이 일상어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식물 관련 낱말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일상어와 쉬운 말로 새 문자 시범을 보여 모든 백성들이 빨리 익히도록 한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비록 한문으로 되어 있어
양반 지식인들만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으나 설명 내용은 양반 지식인들이 얼른 배워
일반 백성들한테 빨리 보급해 주길 바랐던 마음을 담아 실제 방법과 보기를 들어주었다.
이 말들은 아마도 오랜 세월 늘 써오던 말이었다.
늘 쓰는 말인데 지식인들은 괄호 한자처럼 한문으로 번역해 적었고 일반 백성들은 아예 적을 수 없었다.
그런데 훈민정음으로 소리가 눈에 보이는 것이었으니 그야말로 훈민정음을 보이는 소리글자로
백성들의 소리와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었다. 보이는 소리글자 훈민정음의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