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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弘益人間)이란? [참고자료14_22 훈민정음 탐구_김슬옹]* 17. ≪훈민정음≫ 해례본에 담긴 불교 관련 숫자 / 김슬옹교수 <충청리뷰> 2024.05.16
17. ≪훈민정음≫ 해례본에 담긴 불교 관련 숫자
훈민정음 비밀코드…28자와 해례본 33장, 108번뇌?
[김슬옹의 훈민정음 해설] 입력 2024.05.16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어찌 보면 과학이고 어찌 보면 비밀 같은 특정 숫자가 부여돼 있다.
훈민정음 28자, 해례본 책의 장 수는 33장, 해례본의 한자 갈래 수는 108자, 상형 기본자는 3자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수의 의미 부여는 우연이 아니고 기획된 것이라는
필자의 해례본 12주 강의를 들은 불교 전문가이기도 한 최시선 교장은
≪훈민정음 비밀코드와 신미대사≫(2020, 경진)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물론 불교는
오랜 우리의 생활문화이기도 했으므로 이러한 수가 불교 의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일부는 유교 문화를 반영하는 등 복합적 의미를 띠고 있기도 하다. 세종은 재위 28년에 간행한 해례본에서
직접 저술한‘정음편’에서 초성ㆍ중성(자음과 모음) 기본자를 28자로 명시적으로 분명히 했다.
훈민정음 관련 최초 기록인 세종실록 1443년 12월 30일 자에서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는데, 그 글자가 옛 전서체를 닮았고,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무릇 한자에 관한 것과 우리말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고, 글자는 비록 간결하면서도 요점을 잘 드러내고,
전환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
(是月, 上親制諺文二十八字, 其字倣古篆, 分爲初中終聲, 合之然後乃成字, 凡干文字及本國俚語, 皆可得而書,
字雖簡要, 轉換無窮, 是謂 ‘訓民正音)”라고 처음으로 28자를 글자 예시 없이 밝혔다. 이건 사관의 기록이었다.
세종은 해례본 정음취지문(세종 서문, 어제 서문)에서
“우리나라 말은 중국말과는 달라 한자와는 서로 잘 통하지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글 모르는 백성이 말하려고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글로 펼칠 수 없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익혀서 날마다 편안하게 쓸 수 있게 할 따름이다.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 故愚民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予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人易習便於日用耳)_정음1ㄱ”라고
세종이 새로 만든 글자가 28자임을 밝히고 글꼴을 28자로 드러냈다. 글꼴만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세종 의도대로 쓰인 최초 한글 세종글꼴.
신하들이 풀어 쓴‘정음해례편’에서도
“정음 스물여덟 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正音二十八字,各象其形而制之.[정음해례1ㄴ:2_3_제자해])”라고 28자를 밝히고, ‘정인지서’에서도
“계해년 겨울(1443년 12월)에 우리 임금께서 정음 스물여덟 자를 창제하여,
간략하게 설명한 ‘예의’를 들어 보여 주시며 그 이름을 ‘훈민정음’이라 하셨다.
(我殿下創制正音二十八字, 略揭例義以示之, 名曰訓民正音._[정음해례27ㄴ:5_^_정인지서])”라고 밝혔다.
초성자와 중성자를 합한 기본자도 28이지만,
해례본에서 실제 쓰인 초성자(자음자)도 28자이다.(7회 연재 참조).
중성자(모음자)는 기본자 11자 외에 18자가 더 쓰여 모두 29자이다.
그런데 해례본에서는‘ㅣ’는“ㅣ만 홀로 자리와 수가 없는 것은
대개 사람은 곧 끝없는 태극의 참과 음양과 오행의 정기가 묘하게 어울리고 엉기어서,
진실로 자리를 정하고 수를 이루는 것을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ㅣ獨無位數者, 盖以人則無極之眞 二五之精, 妙合而凝, 固未可以定位成數論° 也._[정음해례7ㄱ:6_7_제자해])”
라고 하여 중성자에 두루 쓰이는 글자로 숫자 부여에서 제외하는데 이런 맥락이라면 모음자도 28자와 일치한다.
3‧28‧33의 의미
그렇다면 28이란 숫자는 우연의 숫자가 아니라
의도적인 숫자라는 것을 당시 철학의 바탕인 천문학과 당시의 종교 문화적 관습에서 두루 짐작할 수 있다.
<그림 2> 동양 28수 방위도 /한글 표기 재구성: 김슬옹, 강수현
첫째는 동양 천문도에서는
하늘의 별자리를 크게 동방, 서방, 남방, 북방 네 구역으로 나누고
각각 7개의 별자리를 부여해 28수로 자리매김했다. 곧
동방은“각角, 항亢, 저氐, 방房, 심心, 미尾, 기箕”,
서방은“규奎, 루婁, 위胃, 묘昴, 필畢, 자觜, 심參”,
남방은“정井, 귀鬼, 유柳, 성星, 장張, 익翼, 진軫”,
북방은“두斗, 우牛, 여女, 허虛, 위危, 실室, 벽壁” 등으로 분류했다.
훈민정음 28자가 동양 천문도의 별자리 수, 28수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반재원․허정윤(2007)의
“≪한글 창제 원리와 옛 글자 살려 쓰기:한글 세계 공용화를 위한 선결 과제≫(역락)에서 주장됐다.
물론 28이란 숫자는 불교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숫자이다.
불교에서는‘감각적 욕망에 사로잡힌 세계’인 욕계(慾界)의 6개 하늘나라,
‘몸이나 물질을 살펴 선정을 닦는 고귀한 세계’인 색계(色界)의 18개 하늘나라,‘물질이 아닌 대상으로
마음을 집중해 얻어진 고귀한 세계’인 무색계(無色界)의 4개 하늘나라를 합치면 3계 28천이 된다.
또한 새벽에 나라에 불음(佛音)이 가득하라는 뜻으로 종을 28번 친다.
법화경은 28개의 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례본의 종이 장 수는 33장이다(66쪽).
≪법화경≫의 <보문품>에는 위기를 당한 중생이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관음이 즉시 33종류의 화신으로 변해 그들을 구해준다고 되어 있다.
불교는 천상에 모두 33등급의 하늘이 존재한다고 믿는데 사면팔방이라는 말에서 4×8=32가 나오고
여기에 하늘의 뚜껑 1을 더해 33이란 세상의 완성 수가 만들어진다. (차길진의 영혼 산책 블로그 참조).
28개의 나라에 욕계의 지옥·축생·아귀·아수라·인간 세상을 더한 숫자로,
사찰에서는 저녁에 28+5=33번을 타종한다고도 한다.
이밖에 정치 문화적 관습적 의미도 있다.
조선시대 과거 무인 급제자 수는 28인(문인은 33)이고
조선시대 통행금지(밤 10시)인‘인경’종 수 역시 28회(통행금지 해제 파루는 33회)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훈민정음 28자가
당시의 보편적 철학과 천문학적 배경에 의해서만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철저한 음성과학, 문자과학을 적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훈민정음의 명시적인 수 가운데 3과 5도 있다.
훈민정음 모음자(중성자) 상형 기본자는 3자이고,
자음자(초성자) 상형기본자는 5자이다. 천지인 삼재와 오행에 따른 숫자이다.
<그림 3> 상형 기본도 /김슬옹
3이란 숫자는 특정 종교만의 숫자는 아니다.
삼태극으로 상징되는 동양 보편 천문학적 숫자이기도 하고
삼보, 삼귀의(부처님께, 불법에, 승가에), 삼법인 등 불교 핵심 가르침과 관련된 수이기도 하다.
또한 세종이 우리말에 담겨 있는 음과 양, 음양의 기운을 음성과학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수이기도 하다.
박병천(2016)의“세종의 ≪훈민정음≫에 숨겨진 불교적 숫자와 그 의미:
≪훈민정음≫ 예의편(정음편)의 전체 한자 숫자와 그 종류(≪월간서예≫ 422호. 미술문화원)”에서는
해례본 정음편 한자 갈래 수가 108자라는 사실을 밝혀 냈다.
실제 한자 수는 고대 역학의 1년 길이와 같은 366자인데, 반복 빈도를 빼면 108자이다.
필자가 빈도수와 더불어 재구성해 보면 다음 표와 같다.
<표 1> 정음편 단순 출현 한자 108자 12*9 배열표(괄호는 빈도)
해례본이 나오고 나서 해례본의 세종 정음 취지문(세종 서문) 한문 54를 번역한
훈민정음 언해본 세종 서문이 108자라는 것은 김광해(1987)의
“<훈민정음 어지>는 왜 백 여덟 글자였을까. ≪우리시대≫ 2월호. 60-63쪽”라는 글로 처음 밝혀냈다.
다음 [표]는 108자가 잘 드러나도록 12*9 배열 표로 필자가 재구성한 것이다.
<표 2> 언해본 세종 서문 108자 12*9 배열표
언해본 세종 서문이 108자라는 것이 불교적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그 뿌리는 해례본의 한자 108자에서 비롯된 것이 될 수도 있다. 해례본이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교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면 왜 108이냐는 것이다.
그것은 김광해(1987)에서 지적했듯이 108이 불교를 상징하는 대중적인 숫자이기 때문이다.
15세기에도 불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108은 불교의 108번뇌로 각인 되었을 것이며,
지식 중심의 이해와 표현에서 일반 백성들의 문자 번뇌나 한자로 인해
교화 정책을 맘껏 펼칠 수 없는 세종의 번뇌 또한 같았을 것이다.
108은 이런 번뇌에서 헤어 나오게 하려는 염원을 담은 숨겨진 상징 기호로 볼 수 있다.
108의 구체적 의미는
감각기관인 6근(六根)의‘눈, 귀, 코, 혀, 피부, 뜻’에다가
감각 대상인 6경(六境)인‘색깔, 소리, 향기, 맛, 감촉, 의식’을 곱하면 36이 되고
여기에 과거, 현재, 미래의 3을 곱하면 108이 된다.
해례본이나 실록 등 그 어떤 문헌에서 이러한 불교적 배경을 설명한 적은 없다.
성리학이 국시인 나라에서 아무리 임금이라도 명시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훈민정음 비밀 코드’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해례본이 나온 직후에 펴낸 한글 불경책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 등으로 보아서도
불교문화를 존중하고 그 문화에 기대 훈민정음을 보급하려 했던 세종의 의도만큼은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비밀코드가 아니라 암묵적 보편 코드로 볼 수도 있다.
2024/5/15일은 세종 나신 날과 부처님 오신 날이 겹쳐 훈민정음에 얽힌 불교 의미를 더욱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